11.17 - 11.23.2021
Kyung-In Museum Of Fine Art
57-1 Gwanhun-dong, Jongno-gu, Seoul, South Korea
아름다운 동행 - 사색의 미학
작가 박현숙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문구는 “호탕하다.”라는 단어다.
호기롭고 걸걸한 그의 남편이 생각나기에 그렇다. 권력. 명예. 경제.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사람다운 사람이었다.
인간관계가 대단히 원만하였고 주변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노릇하기 어렵고 좋은 사람되기는 더욱 어려운 세상에서 그의 존재감은 컸다.
그를 조용히 내조를 했던 분이 박현숙이다. 늘 차분하고 과묵한 성격이다. 박현숙에게 그림은 일상이다.
미학을 논하거나 예술을 논하기 전에 그에게 그림은 일상 그 자체였고, 그림을 통해서 자아를찾고 사유했던 것이다.
자연에 둘러싼 환경이 고향과 같고, 그 안에서 자연을 비롯한 내. 외적인 환경과 친숙해져 자유로움을느낀 듯하다.
자연에 대한 시선은 자유로운 응시이며, 정신적 매개로 하여 객관적 형상화의 과정을 통해서 표현한다. 몰입하고 표현하는과정에서 자아를 찾고 또 자아를 잊었던 것이다. 그 행위 안에서 자유로운 행복을 느끼게 된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그 소리에 따라 자연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불안전하고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자아를 사랑하고 비워서 주체인 나와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과의 관계를 응시하고 고요히 사유하며 내면에 솟아나는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드러내지 않았고 느슨하고 조급하지도 않았다. “우보만리牛步萬里”라는 자세로 즐기며 사유하고 표현할 뿐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가진자는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명예는 더 큰 명예를 원하며, 권력을 거머쥔 자는 더 큰 권력을 원한다. 자신을 세상에 내 놓으려는 욕망, 좋은 기분이 되고자 하는 욕망, 타인의 시선에 의한 우월감의 노예는 채워질 수 없는 결핍에서 온다. 창조의 행위와 창조물은 그 누구도,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다. 자아 수련과정에 의한 능력과 철학적 사고의축적이 있어야 표현이 가능하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외부세계에 얽매이게 합니다. 욕구를 버리고 내면세계의 소리에 따라 자유로워지십시오.” - 아돌프케시다
“창조는 예술과 생존을, 예술과 치유를, 예술과 사회 변혁을 이어준다. 아름다움을 향한 충동과 건강을 향한 충동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문화와 예술은 생존의 필수적인 자원이다.”저술가 스티븐 나흐마노비치의 말이다.
작가 박현숙은 “아름다운 동행으로 잠시 숨고르기하며 심호흡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이야기한다. 박현숙 곁에서 호탕함은 이제 잊어야하는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필자에게도 각인 되어진 생생한 현실로 기억이 된다. 드러나지만 결코 자신을 높이려는 마음은 찾아볼 수 없는 배려의 드러남이었고 자상함이었다. 외형의 아름다움 보다 내면의 덕은중요하고 생명력은 변하지 않고 오래간다. 중세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을 사람답게 사랑할 줄 모르는 덧없는 인간사에안달하는 바보짓이다. 과거에 집착하고 정을 붙여 개체적 자아에 머무르지 말라”고 한다. 쉽지는 않다. 작가 박현숙에게는 더욱그러리라. 변화와 갈등의 어려운 시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시련을 겪고 나면 흉터가 남지만 새롭게 시작할 계기가 되기도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발전도 없다. 그 변화의 주인공은 스승도, 선사도, 신조차도 길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 상상할 수없을 만큼 매혹적인 곳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은 오직 나 자신 뿐이다. 창조의 과정은 몰입이고,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깊이 빠져드는 몰입에서 온다. 아름답고 자유로운 창조의 세계에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유희하기를 바란다. 작가 박현숙의 말 “아름다운 동행”처럼
동양화가 이의재